학생도 사람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실현하다
학생도 사람이다!
Realization
학생도 사람이다!
1990년대 학창 시절을 거쳐 온 사람들이면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낯익은 상황들입니다. 예전 학교에서는 이렇게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단속하고, 학생 보호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모든 사항에 대해 학교 혹은 교사가 통제, 개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이후에는 학교 문화가 많이 변하였습니다.
학생 인권이란 무엇인가요?
인권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당연한 기본 권리를 말합니다. 모든 인간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존재로서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보호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각 개인은 인격적 존재로서 단순한 수단이 아닌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학생 인권은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신의 인간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 인권이라는 용어는 1997년 12월에 제정된 「교육 기본법」 제12조에서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인권은 본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자연권이기에 어떠한 신분이나 자격에 따라 부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학생 인권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실제 학교에서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학생 신분’이라는 틀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학생의 인권을 빼앗은 우리 역사 속 이야기
우리 학생들의 인권이 무시되었던 것은 지나온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근대 교육은 개항 이후 근대 사회로 이행하는 변화 속에 나타납니다. 갑오개혁에서 시작하여 교육입국조서에 이르는 과정에서 근대 교육의 틀이 만들어지고 학교 교육 또한 마련됩 니다. 그러나 그 틀이 영글지도 못한 채 우리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일제는 우리의 일상을 통제하였고 학교 교육 또한 식민지 지배 정책에 따라 왜곡됩니다. 일제의 폭력적인 식민 지배는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칼을 찬 교원이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지배에 대한 순응을 교육하였습니다. 또한 조선어 교육이 사라지고 일본어 수업 시간을 늘리는 등 우리 민족 정신을 없애기 위한 교육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일제는 학생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켜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습니다. 그 시대 학교는 마치 병사들이 훈련받는 병영장과도 같았답니다. 이렇게 일제는 식민 지배에 순응하는 어리석은 인간, 일제에 충성하는 황국의 신민을 만드는 것에 교육의 목표를 두었고, 학생들의 인권은 짓밟혔습니다.
그러다 1945년 8월 15일, 꿈에도 그리던 해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으로 분단되고, 그 와중에 6·25 전쟁이 발발하여 전쟁의 아픔을 겪습니다. 4·19혁명으로 잠시 민주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나타났으나 이후 박정희로 시작하는 군부 독재가 꽤 오랜 기간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우리에게는 학생 인권과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돌아볼 틈이 주어 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 교육을 고스 란히 답습하여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활용하였습니다. 당시 학교는 일제 강점기처럼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을 단속하였고, 교련 수업으로 전시 훈련을 하였으며, 교복 착용 등으로 학생들을 통제해 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학교 교육은 학력 향상이라는 절대 목표 속에 입시성과를 내기 위해 학생들을 경주마처럼 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강제 보충수업, 강제 야간 자율학습 논란도 바로 이러한 입시 중심 학교 풍토의 후유증입니다. 이러한 학교 문화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당하는 부당함에 대해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의식 자체를 외면해 왔습니다.
그렇게 학교는 학생 인권을 묵살해도 되는 공간이 되어 무소 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기능해 왔습니다.
학교에 변화가 시작되다, 학생인권조례안
우리 사회는 오랜 독재를 겪었으나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만들어 왔습니다. 민주화를 향한 바람은 학교에도 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을 억압했던 학교 문화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세상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에 의문을 품고 바람직한 학교 문화와 학생의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정하기에 이릅니다.
학생 인권 조례란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각 지역 교육청에서 만든 조례입니다.‘학생도 사람이다’라는 깨달음에서 학생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출발은 2010년 ‘경기도학생인권 조례’제정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광주(2011년), 서울(2012년), 전북(2013년), 충남(2020년), 제주(2021년)가 학생 인권 조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ㆍ중등교육법」 제18조의 4에 근거하여 학생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학생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인권 역사가 진일보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조례안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부터 군사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학생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했던 현실에 대한 대응입니다. 그리고 이는 지극히 기본적 이고 상식적인 인권과 기본권의 회복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과정이 마냥 쉽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둘러싸고 모든 시·도에서 극명한 찬반의 대립을 경험 하였고 여러 집단 간의 갈등을 겪기도 하였죠. 우리 지역인 경상남도 교육청의 경우에는 2018년‘경남학생인권조례안’입법 예고를 한 이후 찬반 논쟁이 격렬하였고, 다음해 제363회 임시회 1차 교육위원회에서 9명 중 6명의 반대로 부결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진보 단체에서는 “경남도의회 교육위가 학생인권조례안을 부결한 것은 부끄럽고 무책임한 결정이다”라고 하였으며,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반대하던 보수 단체 에서는 “부결 결정은 여야를 초월한 의회 민주주의의 합치된 결과로 환영한다”라며 진보 단체의 입장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생 인권 조례안 입법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 모습은 학생 인권의 개념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생 인권 조례안 제정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우리 사회에 갈등이 생기는 걸까요?학생 인권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학생에 대한 체벌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두발 및 복장을 자율화하고,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 등을 폐지하여 강제적인 학습 노동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자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 인권 보장이 교권을 무너뜨려 학교에서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 말합니다. 또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보호받아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학생다움’과 ‘학생답지 못한’이라는 수식어도 이러한 생각 속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권 침해라 여기기는커녕 도리어 마땅하다는 듯 행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질문을 던져 볼 때인 듯 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의 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토론해 봅시다!
성숙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것인가?
학생은 미성숙하기에 보호되어야 하는가?
학생 인권이 존재하면 학교 규칙은 죽는가?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 되는 개념인가
학생 인권을 둘러싼 새로운 접근
학생 인권 조례 제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학생 인권을 둘러싼 새로운 쟁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 학생 인권은 학생 개개인의 인권 보장이라는 측면을 넘어 학교 전체의 민주적인 풍토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는 학교폭력, 각종 혐오 현상 등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갈등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학생 자치 문화라는 성숙된 의제를 실현해 가고자 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나고 있답니다.
시대가 복잡해지는 만큼 학교 안에서도 이전에는 고민될 필요가 없었던 새로운 사안들이 생겨나고 또 이를 풀어가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생 인권에 관한 사안이 어떠한 쟁점으로 흘러가더라도 학생 인권에 대한 논의는 ‘학생도 사람이다’라는 대전제 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학생들도 인간으로서 권리의 주체이고 삶의 주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학생 인권에 관한 쟁점은 학생 인권 보장에 관한 가부가 아닌 마땅함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권과 학생권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서로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해요. 학생의 권리가 보장되며, 또 학생이 주인이 되어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 만들기에 앞장 선다면 이 또한 학생 인권이 지켜지는 학교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학생 인권은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전체적인 조망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먼 훗날이 되면 학생 인권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인간다움이 실현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입니다.